안녕하세요?
저는 지난해 코로나로 온 나라가 난리이던 때에 고3 첫째 아들램의 수능시험, 대학입시를
치렀던 엄마입니다. 저는 첫째 아이가 고등학교다니는 동안에도 대학입시는 학교에서
하라는 대로만 하면 된다고 알고 지냈었고, 실제로도 학교설명회 등의 공개적인 행사외에는
학교에 가본적은 거의 없었습니다. 아! 아이가 태권도하다가 다리를 다쳐서 병원에 데려가느라고
가본적은 있네요.
** 지난번에 지인이 아이가 이제는 읽지 않는 책들있으면 나눔할 수 있는지
물어와서 책장을 정리하다가 발견한 파일입니다. 요녀석이 생각보다 꽤 치밀한 면이 있군요. ㅎㅎ
둘째 아이에게 물어보니 "형이 추억이라고 모아 두었다던데요."합니다.
오올~ 감성제로인줄 알았더니 제가 아들램을 띄엄띄엄 알고 있나봅니다.
부끄럽지만 슬며시 놓아 보겠습니다. (아들아, 미안. 엄마의 포스팅을 위해 너의 흑역사를
만천하에 공개할게. 혹시라도 인터넷상에서 발견하게 된다면,,, 그건 그때가서 딜을 해보자꾸나.)
아무튼 시간은 금방 흐르고 아이들도 금방 자라더군요. 꼬물꼬물 귀엽기만 하던 아이가
어느새 수능시험이라는 인생의 큰 관문에 서 있게 된 거였죠. 아이도 처음이지만,
저도 자녀의 수능시험이라 어떻게 해야 아이가 조금이라도 더 안정적으로 시험을
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으로 여러가지 자료도 찾아보고 아이와도 이야기를
자주 하려고 애썼습니다. 혹시라도 한 분이라도 저의 경험이 도움이 될 수 있기를 바라며
첫째 아이의 수능시험을 준비했던 노하우를 말씀드려 보겠습니다.
아! 긴 말씀을 드리기 전에 당연한 이야기지만 생각보다 시험장에 지각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 것 같습니다. 평소 교통흐름보다 더 원활한 것으로 기억되지만 미리 가서
준비하고 있으면 더 편안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건 지극히 주관적인 저의 생각이기 때문에
자녀의 성향과 부모님의 상황등을 잘 살피셔서 적용할 수 있는 부분은 해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대략 네 가지 정도로 정리해보았습니다만, 자녀분의 성향이나 가정의 여건 등을
참고하시어 아이와 충분히 이야기 해 보는 시간을 거쳐서 몇 가지 추려보셔도 괜찮겠습니다.
첫 번째, 가장 중요한 것은 '최대한 평소와 비슷한 환경을 조성해 주는 것'입니다.
수능시험날은 아이를 지켜보는 가족도 맘을 졸이지만, 가장 긴장되는 사람은 바로 수험생 자신일 것입니다.
우선 옷에 대한 부분을 말씀드려 볼께요.
첫째 아이는 교복을 입고 그 위에 2년째 입고 있는 패딩을 입고 갔습니다.
사복을 입으면 더 좋지 않겠느냐고 물었더니 지금까지 모의고사나 학교의 시험을 볼 때도 항상, 당연히 교복을 입고
시험을 보았기때문에 교복이 어색하지 않고 더 편할것 같다고해서 교복을 입고 갔답니다.
어떤 경우는 시험장이 추울까봐 굉장히 보온이 잘 되는 아우터나 두꺼운 니트, 두꺼운 양말을 준비해주기도 합니다.
하지만, 생각보다 시험장은 춥지 않다고 합니다. 학교에서 난방을 따뜻하게 해주기 때문에 우리 아이도 오히려 더워서
패딩을 벗고 시험봤다고 합니다. 참고로 우리 아이는 추위를 많이 타는 편이어서 대학생이 된 지금도
이미 한 달전부터 발열내의를 입고 있답니다.
그리고, 먼저 포스팅을 했는데 도시락도 평소에 먹던 메뉴중에서 아이가 좋아하고 잘 먹는 메뉴로 준비해주었습니다.
말 그대로 '그냥 집밥'을 보온도시락통에 넣어주기만 했답니다. 이 부분 역시 이미 여러번 먹어보았던
음식들이라서 탈이 나지 않고 자신이 좋아하는 음식이라서 부담도 없으니까 마음이 더 편안했던 것 같습니다.
이미 아이의 소화력이나 몸이 그 음식들의 적응도에 대한 검증을 거친 것이니까요.
두 번째, 수능시험일의 일정대로 미리 시뮬레이션을 해 보는 것입니다.
올해의 수능시험 당일의 전체적인 일정은 다음과 같습니다.
수능 날짜 및 관련 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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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서 과목별로 세부적인 시간표를 살펴보겠습니다.
위에서 살펴본 것처럼 각 과목별 시험시간이 짧게는 30분, 길게는 100분, 즉 1시간 40분이라는 시간동안
시험을 치르게 됩니다. 이 시간동안 아이가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여 자신이 지금껏 준비한 역량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관건일 것입니다. 다행히 코시국인 관계로 1주일의 시간이
주어집니다. 이 기간동안 가정에서도 시험당일과 동일하게 기상하여 아침식사, 휴식(이동시간 고려),
시험대기, 과목별로 모의고사 등을 준비했다가 1교시 국어 80분, 2교시 수학 100분, 점심시간 50분,
3교시 영어 70분(듣기평가 포함), 4-1교시 한국사 30분, 4-2교시 탐구(사회탐구 또는 과학탐구) 62분:
여기까지는 모든 수험생이 동일하게 시험을 보게 됩니다.
그리고, 5교시 제2외국어(한문 포함) 40분: 제2외국어는 선택한 학생들만 시험을 봅니다.
(각 대학별로 제2외국어를 요구하는 곳도 있고, 아닌 곳도 있습니다.)
이렇게 그냥 시간표를 나열하기만 하는데도 저는 벌써 지칠 것 같습니다.
수능시험일 전에 주어지는 일주일의 시간을 미리 잘 준비하여 지금까지 공부한 부분들을
더 탄탄하게 해야겠습니다. 그리고, 팁을 드리자면 이제는 무언가를 더 새로 학습하는 것 보다는
자신이 학습한 것은 탄탄하게 다지고 실수를 줄이는 것이 고득점할 수 있는 방법일 것 같습니다.
참고로 저는 지난해에 코시국이라 시험일에 가까워지면서 갑자기 '책상 가림막'이라는
새로운 변경사항이 생겼습니다. 아이와 의논하여 시험일에 부착되는 크기와 동일한 가림막을
인터넷으로 구입하여 아이의 책상에 설치했답니다. 설치하면서도 '이렇게 해야 하는건가?'하는
의문이 들면서 제가 너무 지나치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이 제안은 제가 먼저 한 것이
아니라 아이가 친구들과 단톡방에서 주로 받은 대화를 통해서 저에게 의논을 해 왔고,
아이의 성격이 미리 준비를 해야 안정감을 가지고 더 잘 할 수 있는 편이라
급!하게 주문하고 설치는 아이와 혼자서 하다가 나중에는 잘 안되는지 아빠에게 도움을 요청하여
완성했습니다. 이렇게 시험일과 동일한 조건의 루틴으로 며칠동안 연습하고 시험장에 들어가니
아이가 훨씬 안정감을 가지는 것 같았습니다.
세 번째, 수능시험 결과에 대한 주제의 대화는 가급적 먼저 묻지 않는 것입니다.
수능시험 이후에 진행되는 입시전형이나 일정에 대해서는 시험일이 다가오면서는 아이가 먼저 말하기전에는
가족들이 물어보거나 하지 않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대부분 수능시험 이후에 수시면접이나 논술 등의
전형이 진행되는 일정입니다. 아이가 '수능시험'이라는 너무나도 큰 과업앞에 있어서 거기에 온 신경이 집중되어 있는데
그 이후의 일까지 물어보면 아이는 부담이 커질 수 밖에 없겠지요? 물어보는 부모의 입장에서는 단순히 '그냥 궁금해서'
또는 '준비할 부분이 있는지' 해서 묻는 것이지만, 아이는 그 질문을 무언의 압박으로 느낄수도 있습니다.
수능시험의 결과에 따라 이후의 입시전형 등에 대비하는 전략을 변경하거나 조정해야 할 수도 있으니
아이는 그 부분까지는 아직 생각하고 싶어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도 뭘 잘 몰라서 엄청시리 궁금하지만
꾹 눌러 참았더니 아이가 시험이 끝나고나서 자연스레 이야기를 꺼내더라구요.
궁금하더라도 조금만 더 기다렸다가 시험이 끝난 후에 이야기나누어도 충분할 것입니다.
네 번째, 수능시험후에 아이가 하고 싶은 재미있는 일에 대해서 대화하기
어른들도 중요한 자격증 시험이나 승진시험, 중대한 프로젝트등으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게 되면
'나 이 시험 끝나면 바로 나의 최애 떡볶이집으로 달려갈거야.' 라거나
'이 프로젝트 끝나자마자 최애 고깃집으로 날아갈거야'하면서 견디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아이들도 마찬가지 아닐까요?
첫쩨 아이는 '나 시험끝나면 매운 불닭볶음면 먹으면서 스폰지밥 100시간보고
마크(마인크레프트) 100시간 할거야. 아무도 나 말리지마!' 했드랍니다.
'그래라, 왜 100시간만 볼까? 500시간 1,000시간 보려무나.' 하고 답했습니다.
좀 부끄럽긴 하지만 대학생이 된 지금도 스폰지밥을 좋아해서 밥먹을때도 틀어놓고
큰소리로 웃으면서 보곤 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이런 주제를 아이와 나누게 될 때,
아이가 '나 시험끝나자마자 친구들하고 노래방가서 노래 100곡 부르고 집에도 안오고
친구네 집에서 잘거야', '나 시험끝나고 친구들하고 PC방에 가서 잠도 안 자고 2박3일동안
게임만 할거야'라는 이야기를 하게 되면 좋은 취지로 대화를 시작했다가 갑자기
'너는 지금까지 너 시험본다고 부모, 가족들이 얼마나 애를 썼는데 너 혼자 컸는줄 알아?
그래 집나가서 PC방에서 아예 쭉 살아라 살아'라며 훈계모드가 발동되면 곤란하겠죠?
오히려 대화를 안 하니만 못한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습니다. 아이들도 우리 어른들과 비슷하니
상상만으로도 행복한 일들이 있어야 이 어려운 시기를 견딜 수 있겠지요.
* 팁으로 수능시험 끝나고나면 운전면허 학원을 등록해주고 다니게하면
아이들이 시간관리도 되고, 운전면허증도 취득할 수 있고, 건강한 일과를 유지할 수 있어서
일석삼조, 사조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 시기가 아니면 인생에서 그렇게 긴 시간이 주어지는
때가 별로 없기도 하니까요. 가능하다면 어학공부를 하도록 도와주는 것도 좋습니다.
지금은 대학에 들어가기만 하면 노는 것이 아니라 고등학교 시기에 버금가게 학점관리도
빠뜻하고 어학도 일정수준을 유지하도록 요구하는 대학이 많으니까요.
어학공부라고 하면 '이제껏 수능본다고 공부했는데 또 공부하라고?'하며 싫어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으니 이 부분은 자녀와 충분히 이야기나누어 보고 진행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저희 아이도 그랬고 아이 친구들도 처음에는 신나게 게임하고 잠도 자고 하다가
일주일정도 지나니 반 단톡방에서 '뭐하고 지내냐, 심심해죽겠다'며 난리였다고 하더라구요.
물론, 지난해에는 코시국이라 아이들이 서로 만나지 못하니까 더 답답한 것도 있었겠지만,
시험이 목적이 아닌 공부는 부담도 별로 없고 취미처럼 즐기면서 놀면서 하기도 하더라구요.
(운전학원과 아무런 관계없는 1인 입니다.)
끝으로! 저희는 가족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아이가 대학가고나니 자신의 스케줄이 생기고
다른 가족들의 스케줄도 있어서 함께 날짜를 맞추기가 쉽지 않더라구요. 이 때도 정말 어렵게 어렵게
조율해서 2월 마지막 28-29일에 근교로 다녀왔는데 이 때 다녀오기를 정말 잘했다고 여러번 이야기했답니다.
아이의 대학합격 발표가 나서 아이도 마음이 편안했고, 가족들도 편안한 마음으로 맛있는 음식먹고
평소 술을 잘 하지 않는 남편이 배달해서 먹었던 횟집에서 서비스로 넣어주었던 막걸리를 마시고는
거나하게 기분이 좋게 취해서는 '공부하느라 애썼다, 한번에 가주어서 고맙다, 너가 원하는 대학에 가주어서
고맙다, 기쁘게 해주어서 고맙다, 너가 생기고 태어났을 때부터 지금까지 정말 고맙다'를 얼마나
연발하던지요. 옆에서 듣던 저도 눈물이 나더라구요. 아이도 울컥 하면서도 좋아하더라구요.
아마 가족끼리도 이렇게 속마음을 이야기할 수 있는 시간이 이 시기가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어쩌면 자녀의 인생에 처음 맞닥뜨린 중대한 시험을 앞두고, 그런 자녀의 모습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부모는 마음이 떨리고 안쓰럽고 뭐라 표현하기 어려운 여러가지 감정이 교차하더군요.
수험생들도, 지켜보고 돌보시는 가족들도 토닥토닥 해 드리고 싶습니다.
오늘의 포스팅이 여러분께 도움이 되셨길 바라며, 그럼 이만 안녕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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