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엘라움 입니다~
오늘은 '부모 다움'에 대해 주저리주저리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부모님은 우리를 이세상에 존재할 수 있도록 해주신 분입니다.
그렇기에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감사와 존경을 받아야함이 마땅합니다.
자신의 상처, 고통, 아픔이 삶을 송두리째 흔들만큼 견딜 수 없게 힘들지라도,
어린 자녀의 무릎에 난 생채기가 더 마음이 아픈 사람,
그런 사람이 바로 부모입니다.
그러나, 모두가 이런 마음은 아닌 것 같습니다.
파도가 치면 온 몸으로 파도를 막아주고 싶은 마음이 부모의 마음일진대,
오히려 자식의 삶에 파도로 부딪치는 부모가 있더군요.
바로 저의 시아버지, 제가 사랑하는 남편을 낳아주고, 길러주신 아버지가 그렇습니다.
아직도 잊히지 않는 무척 놀랐던, 지금도 충격적인 시아버지의 언행들.
아버님은 무슨 일이든 시작할 때는 '네가 자식이니까 하나부터 열까지 다 책임지고 해라'고 합니다.
예를 들면, 부모님댁 옥상에 태양광을 설치하고 싶다고 하면
남편에게 말하고, 남편이 '그럼 이렇게 이렇게 하면 되겠느냐'하면
'뭐하러 일일이 다 말하느냐, 그것도 혼자서 못하냐'며
그럼 또 남편은 '그럼 이렇게이렇게 하겠으니, 괜찮으신거지요?'합니다.
또 아버님의 대답은 몇 번이나 말하느냐며 네가 다 알아서 하라고 합니다.
그리고, 그 사이에는 나몰라라 합니다.
실제로 남편이 옥상일을 하다가 어깨도 다치고, 용접하다가 불꽃이 튀어 화상을 입어도
'그런것도 하나 제대로 못하느냐, 칠칠치 못하다'하며 오히려 화를 냅니다.
그러다가 일이 중간정도 접어들 무렵부터 트집을 잡기 시작합니다.
'이건 이렇게 해야되는데 왜 저렇게 했느냐, 뜯어라, 처음부터 다시 해라'
아버님의 말대로 다시 하면 또 중간쯤 되었을 때
또 '저건 저렇게 해야되는데 왜 이렇게 했느냐 뜯고, 이렇게 다시 해라'
늘 이런식입니다. 욕과 험한 말은 세트도 따라왔구요.
그런 일이 벌써 남편의 나이만큼 있어왔던 것입니다.
결혼전 남편은 저와 만날 때 이런 말을 했습니다.
'나는 서른살을 넘지 못하고 죽을 것 같았어.
자식이니 아버지를 버릴수도, 이길수도 없고,
견디자니 괴로워서 어쩌면 오래 못 살것같다'라고 생각했다며,
자신과 결혼하면 그런 아버지를 견뎌야 할텐데 미안해서 결혼하자는 말을 하기가 어렵다고요.
그때는 저는 몰랐습니다. 부모가 자식을 이렇게까지 괴롭게 할 수 있다는 것을요.
들어본 적도, 본 적도 없었거든요.
자신이 하라는대로 일을 진행하지 않았다며 여러 친척들이 모인 명절날.
남편에게 '머저리같은 놈, 뭐 하나 제대로 못 하는 놈,
아버지가 하라면 그대로 해야지 왜 네 멋대로 하느냐, 이런 00××'
뒤이어 저에게는 '저런 놈을 뭐 믿고 살거 있느냐, 당장 이혼해라'
그리고, 그당시 갓 돌이 지난 첫째에게는
'너의 아버지는 믿을것이 없으니 이제부터 이 할아버지가 너를 키워야겠다'며
소리소리 고함을 쳤습니다.
명절을 맞아 내려온 다른 형제들과 친척들은 모두다 입을 모아 남편에게 한 소리씩 해댔습니다.
'늙은 양반이, 아버지가 살면 얼마나 산다고 네 멋대로 하느냐, 효도해라' 라고요.
그들은 알지 못합니다.
저도 시부모님과 같이 살지 않았다면 그 정도인줄은 몰랐을 것 같습니다.
형님네의 사정이 어려워져서 우리가 살던 신혼집 전세금을 빼서 주고,
2년이라는 기한을 두고 시작한 시부모님과의 합가.
그 덕분에 시아버지의 민낯을 보게 되었고, 이해하기 힘들었던 남편의 삐쭉한 모습이 이해되었습니다.
아버님은 지금의 기준으로 보자면 분명 어떤 성격장애에 가까울 같습니다.
어쩔 수 없이 합가하여 같이 살았던 4년동안 아버님은 친구분이나 친척들이 집에 놀러오면
그렇게 남편을 못 마땅해하는 말들을 해댔습니다.
'돈 벌면서 부모에게 생활비도 안 준다, 오히려 나한테 얹혀산다, 저밖에 모른다'하면서요.
하지만, 그 당시 남편은 잠도 못 자고 밤부터 새벽까지 화물차 운전을 했고,
오전 무렵 돌아와 겨우 눈붙이고 있으면 농사일을 도우라며 깨우곤 했습니다.
남에게도 저렇게는 안 하겠다 싶을 정도였지만,
이상하게도 오히려 남에게는 친절까지는 아니어도 저렇게까지는 안 하더군요.
아마 아버님께 남편은 제일 만만하고 이것 고쳐라, 저거 해라 해도
별 말없이 다 해주는, 그래도 되는 그런 존재로 여겼던 것 같습니다.
남편은 금손을 타고난 사람으로 그림도 잘 그리고, 만듦새도 좋고, 아이디어도 좋은 사람입니다.
언젠가 왜 미대에 가지 않았느냐 물었더니 '농사일하는 엄마 도와주려고.'하던 사람입니다.
하지만, 아버지는 남편이 왜 대학에 가지 않겠다고 하는지 묻지도 않았고,
많은 농사일을 도맡아 하신 어머니는 남편이 대학에 가지 않고, 집에 남아서 농사일을 함께 해주니
그저 좋을 뿐이었습니다. 이런 남편의 성장배경이 안쓰럽고 짠~하기만 합니다.
남편의 형제는 세살위의 아주버님, 세살아래의 시누이 이렇게 모두 삼남매지만,
현재 실질적으로 부모님을 돌보는 사람은 남편입니다.
그런데도 아버님은 여든이 넘은 지금도 여적지 남편을 못 마땅해합니다.
아버님과 갈등이 생길 때마다(주로 아버님이 어깃장을 놓습니다)
'늙은 부모님이니 어떻게 할 수 없으니,,,'하며 상한 마음을 달래고 했습니다.
그런데, 최근 남편이 굉장히 크게 화를 내고 마음이 상한 일이 생기고 말았습니다.
시부모님 집을 비롯한 주변 길을 포장, 정비하게 되었는데,
같은 골목에 있는 다른 집들의 울타리와 함께 공사를 하면서 대문 방향이 현재와 달라지게 되었습니다.
이번 일은 부모님 집만 하는 일이 아니라, 시에서 동네에 있는 그쪽 방향의 집들을
보다 편리하게 정비해주는 사업으로 진행되는 일이라 설계, 계약, 공사를
시에서 주도적으로 진행하고 해당 집들은 집 주변의 땅을 조금씩 내어주고,
비용의 일부를 조금씩 나누어서 부담하는 것이 조건입니다.
공사를 안 하게 되면 부모님댁이 제일 불편한 구조인 관계로 남편이 지난해부터
시의 담당자, 면의 담당자를 몇 번이나 쫒아다니고
같은 골목에 있는 집주인들과 여러차례 협의하고, 어르고 달래고 하여
겨우겨우 공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도 역시나 우려하던 일이 벌어지고 말았습니다.
공사가 결정되자 지금껏 남편에게 위의 모든 일을 다 일임하고 묻지도 않으시다가
지난주에 시에서 공사를 하기 위해 최종 견적, 공사구간, 설계를 빼기 위해 실사를 나온 자리에서
'우리집은 이렇게 안 할테니 다르게 해달라'고 하여 시의 담당자가 난감해하며 연락을 해왔습니다.
남편은 깜짝 놀라서 일을 하다가 중간에 뛰어갔고, 아버님을 설득했으나
예전의 말버릇을 시전하셨습니다.
'그래, 그럼 네가 나를 설득해봐라. 네 말이 논리적이면 내가 수용하겠다.'라고요.
아무것도 모르는 어머니는 그저 남편에게만 뭐라뭐라하시고,,,,
그래도 이번 기회가 아니면 골목 맨 안쪽에 있는 부모님집 입구만 빼고 길이 포장이 되겠기에
몇 시간에 걸쳐서 그림도 그려가며, 나긋나긋 말씀을 드렸습니다.
남편의 이야기를 다 듣고 난 아버님의 대답은
"네 말은 하나도 논리적이지 않으니 수용할 수 없다." 라는 말.
이 때, 남편은 자신이 어찌할 수 없는 엄청나게 높은 벽을 실감했다고 했습니다.
'우리 아버지는 나이가 들어도 똑같구나. 여전히 나를 본인의 마음대로 하고 싶어하는구나.'라고요.
며칠후, 그래도 남편은 다시 아버지를 설득했습니다.
공사를 위해 해당하는 집들이 얼마씩의 금액을 1/N씩 이미 부담했는데,
우리집은 안 한다고 해서 그돈을 돌려받을수는 없었거든요.
남편의 설득에 아버님은 못 이기는 듯, '그럼 그렇게 해라'하시더군요.
공사담당자에게 연락을 하니 '이미 설계가 다 완성되어 예산이 집행되어서
이제와서 설계를 변경할 수는 없다.'라면서 실사나갔을 당시 아버님이 완강하게 거부하면서
마음이 바뀔수도 있으니 며칠 생각해보시겠냐면 말에 '나는 절대로 내가 한 말은 바꾼적이 없다'라면서
그런 일은 절대로, 절대로 없으니 우리집을 포함시키지 말라'고 못 박으셨다는 겁니다.
그런데도 남편에게는 그런말은 한마디도 없이 선심쓰듯이 '그래라'하신 것이었습니다.
남편은 너무 어이가 없어서 할 말을 잃었습니다. 그리고는 어렵게 내뱉은 말은
'내가 무슨 죄를 그렇게 많이 지었는가 싶네' 합니다.
결국 남편이 지난해 몇 달동안 들인 시간, 돈, 에너지는 다른 이들만 좋게 하는 일이 되었습니다.
저의 이야기에 '에이, 설마 진짜 그런 분이 있으려고?'할수도 있으나 백퍼 사실입니다.
어쩌면 이보다 더 한 분도 있을수도 있겠지요.
애닳아하는 남편을 보며, '자식은 부모가 죽으라면 죽는 시늉까지 해야한다,
옛날에는 부모가 자식을 죽여도 죄도 아니었다'며 큰 소리치는 아버님,
그 곁에서 남편말이 옳다며 무조건 아들에게 '잘못했다고 해라'고 종용하는 무책임한 어머니까지,
정말로 총체적 난국이 따로 없습니다.
남편을 보며 저는 '천형이구나, 시지푸스같다'라는 생각을 합니다.
그러니 저는 더 남편을 아껴주고 사랑해주겠노라 마음먹습니다.
그리고, 혹여나 나도 우리 아이들에게 되도 않는 고집을 부리거나,
일방적인 요구를 하는 그런 부모는 되지 않아야겠다 하고 마음을 다잡아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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