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년 6개월동안 언제쯤 오늘이 오려나 하며 애타게 기다렸는데,
드디어 오늘이 왔다.
오늘부로 다리를 쭈욱 펴고 잠들수 있게 되었다.
왜냐하면, 오늘은 바로바로 첫째의 전역일이기 때문이다.
1년 6개월전, 종강을 하자마자 서둘러 기숙사 짐을 빼고, 바로 다음날 훈련소로 들어간 아들.
그 날부터 지금까지 휴가를 와서 집에 있는 날을 빼고는 하루하루가 불안불안한 날들이었다.
다들 가는 군대를 뭐 그리 마음졸여 하느냐 할 수도 있겠으나,
들려오는 위쪽 동네의 소식과 군의 사건사고를 듣게 되지 않은가.
내 아들은 무사히 전역을 해서 더없이 기쁘지만,
다른 한 켠에서는 가슴아픈 일들로 눈물로 수많은 밤을 지새울 부모들을 생각하니
차마 마음껏 기뻐하는 것이 정말 가슴아프고, 미안하기 짝이 없다.
언제쯤 나라는 젊은, 아니 어린 우리의 아들들의 안전을 보장해줄 것인지
개탄스럽고, 안타까운 마음 금할길이 없다.
첫째는 최전방인 GOP에 복무했다.
육안으로도 평양땅이 보일 정도라고 했다.
밤에는 빛나는 수많은 별들과 철책 불빛이 어우러져 잊지못할 장관이라고도 했다.
최근 풍선과 여러가지 일들로 말년에도 편하기는 커녕 비상으로 지냈다고 한다.
어떤 날은 작업중에 지뢰가 나오기도 했단다.
개중에는 불발탄도 있었으나, 얼마간의 거리를 두고 터지기도 했다고 한다.
그 이야기를 들으니 안 듣고, 모르고 지내는 편이 낫겠다 싶었다.
이런저런 수많은 일들이 있었으나, 그 중에서 가장 힘든 것은 어떤 것인지 물었다.
아들의 대답은 매일매일 서는 경계근무라고 했다.
소초경계가 힘든 이유가 몇 가지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무거운 장비를 들고 이동해야 하고,
무엇보다도 20K에 가까운 방탄조끼를 입는 것.
처음에 방탄조끼와 무기를 장착하고 경계근무를 서던 날.
어깨가 무너질 것 같고, 어지러워서 쓰러질 것 같다고 느꼈단다.
그 이야기를 들으니 얼마나 눈물이 나던지...
'세상에나 이렇게 어리디어린 너와, 또 다른 어린 아들들을 믿고
나는 편히 누워 깊은 잠을 잤구나'하는 마음에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렀다.
이제는 국민의 의무이자, 어렵지만 반드시 해야만 하는 숙제인
군대복무를 다 마친 내 아들아.
대견하고 또 대견하고, 고맙구나.
이제는 내년 교환학생 준비를 하겠다는 너를 보니 새삼 '언제 이렇게 자랐나'싶구나.
내 아들은 전역을 했지만, 입대를 앞둔 어린 아들들과 복무중에 있는 우리의 아들들도
모두 무사히 전역하기를 마음을 다해 기도하게 된다.
그리고, 지금도 우리의 평온한 삶을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자신의 역할을 묵묵히 해내는
많은 이들의 수고와 노고에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나도 나의 일을 열심히 수행하며, 이 사회에,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어야한다고
다시 한번 마음먹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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