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니 추운 날씨는 기본값이다.
그런데, 내마음은 실내에 있어도 춥다.
의자 바로 옆에 온풍기가 쌩쌩 돌아가는데도 머리부터 발끝까지 한기가 든다.
사실은 몸이 추운게 아니라, 마음이 추운 게다.
시간강사로 4년동안 몸담았던 대학에서 내년도에 강의가 배정되지 않았으므로,
재임용포기서를 보내달라는 연락을 받았기 때문이리라.
늦은 나이에 대학원을 다녔고, 어렵사리 논문을 쓰고 학위를 받았다.
다행히 지도교수님이 하시던 강의 중 한 과목을 시작으로, 시간강사를 할 수 있었다.
첫 해는 한 과목을, 한 학기만 강의했다.
두 번째해는 공개채용에 지원해서 학부 한 과목, 대학원 두 과목을 강의하게 되었다.
대학원은 두 과목이긴 하지만, 교양과목 개념이라 강사비가 1/3인 관계로
다른 분들이 모두 거절한 덕분으로 내가 강의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던 것이다.
무튼, 강사비를 떠나 오랜 소망이었던 대학 강단에 서는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는 것이
큰 기쁨이었고, 강의시간마다 감사할 따름이었다.
눈이 펑펑 오는 겨울에도 벌벌 떨며 눈길을 운전해서 단 한번의 지각도, 휴강도 없이
모든 강의시수를 열심히 수업했다.
다행히 학생들의 강의평가도 좋아서 보람찬 시간들이었다.
(물론, 가슴을 아프게하는 강의평가도 있었지만, 더욱 발전하는 기회로 삼았다.)
하지만, 올해초에 학교측의 예산이 긴축해야 할 만큼 어려워지는 상황이 되었고,
곧 학기가 시작되기 바로 전주에 나를 비롯한 시간강사들의 강의는
전임교수님들이 담당하게 되었다는 연락을 받게 되었다.
아쉽고, 섭섭하고, 눈물날 것 같은 가슴시린 통보였으나 상황이 그렇기에 어찌할 수 없다 생각했다.
올해가 지나면 내년에는 다시 기회가 오기를 간절히 바랬다.
조금전, 학과장 교수님의 전화에 '혹시 내년에 다시 강의하라는 소식인가?'하고 잠시 설레었으나,
나의 기대와는 상반되는 소식.
앞으로도 시간강사들은 임용할 수 없는 상황이므로, 재임용포기서를 제출해달라는 말씀이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없다, 아무것도.
교수님의 전달사항을 들으며, 눈물이 차오르지만, 별로, 괜찮은 듯,
그 소식이 무애 그리 감사하다고 "교수님, 감사합니다."라는 인사로 통화를 마친다.
다른 학교도 우리 학교와 상황이 거의 비슷한 듯 하다.
강사채용공고를 매일 들여다보아도 인문계열 전공이 나의 과목은 시간강사 채용 공고가
전무하다.
휴우,,, 올해초에 소식을 들을 때는 '그래도 혹시나 내년에는,,,'하고 소망을 가져보았으나,
이제는 그 소망을 접어야겠다.
그래도 지도교수님과 여러 교수님들 덕분에 나처럼 부족한 사람이 몇년을 대학 강단에 서는
소중하고 귀한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오늘까지만 아쉬워하고 헛헛해하리라 마음먹어 본다.
그래도 내일이 되면 또다시 채용공고를 들여다보고 있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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