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학원(학습을 위한)에 보낸다는 건 무한경쟁속에,
끊임없이 나와 다른 사람을 비교하는 세상속에 발을 들이는 것과 같다.
요즘에는 학원에 다니지 않는 아이들을 찾아보는 게 더 어렵다고들 한다.
오죽하면 놀이터에는 아이들이 없고, 학원에 가야 친구를 만날 수 있다고 할 정도이다.
사실 학원 자체가 아이들에게 해가 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아이가 무언가에 흥미가 있을 때, 부모가 그 모든 분야의 전문가가 아니기에,
전문가에게 교습을 받을 수 있으니까 많은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많은 경우, 자녀가 초등학교 저학년일 때, 피아노학원, 발레학원, 태권도학원 등
예체능위주의 학원을 보내며 악기, 운동을 배우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초등학교 3~4학년으로 올라가면서 예체능보다는 교과학습에 직접적으로 도움이 되는
영어, 수학, 국어, 논술 등등 다양한 학습위주의 학원으로 노선을 변경하게 된다.
물론, 이보다 더 어릴 때부터 학습위주의 학원을 다니는 경우도 심심치않게 보고, 듣는다.
부모들은 자녀들을 학원에 보내면 공부를 잘 할 것으로, 상위권의 성적을 유지하리라 기대한다.
궁극적으로는 좋은 대학, 명문대에 진학하여 전문직에 종사할 수 있도록,
자녀들의 미래가 경제적, 사회적으로 안정된 직업을 가질 수 있도록
그야말로 먹을 것 덜 먹고, 입을 것 덜 입고, 사고 싶은 것 덜 사는 등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다.
아동.청소년을 주로 상담하는 직업특성상 아이들의 현실적인 고민 이야기를 자주 듣게 된다.
요근래 들어 중학교 1학년 학생들의 부모로부터 긴급하게 상담의뢰를 받았다.
대략적인 의뢰사유를 듣고 난 후, 상담예약을 잡고 그 전에 아이가 위험스러운 상태이므로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를 먼저, 필수로 받고 오시도록 안내를 드렸다.
그 아이들 모두 다 학교에서는 상위권의 성적을 유지하고 있고, 이 지역에서는
서울의 대치동에 못지 않는 학구열을 자랑하는 곳에 거주하고 학교를 다니고 있다.
심지어 시험을 통해 입학하는 사립중학교 준비를 위해 초5부터 빡세게 공부한다는 지역이다.
부모들은 내심 아이들이 잘 자라고 있다고, 부모역할을 잘 하고 있다고 기뻐했다고 했다.
그런데, 중학생이 되어 처음 치르는 시험앞에 아이들은 말도 못하게 긴장을 했고,
거기에 더해 학원 평가에서 몇 개 틀리고 나니, 자신은 무가치한 존재라고 여기고,
더 살아봤자 부모에게 짐만 될 게 뻔하니 그만 살 결심을 했다고 한다.
천만다행으로 평소 관계가 좋았던 선생님에게 고민을 토로해주었다고 한다.
사실 요즘은 학교에서 우리가 보통 '시험'이라고 부르는 지필평가는 중간고사, 기말고사로
학기당 2번만 치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리고, 학교 시험은 수업시간에 잘 듣고,
예습.복습을 잘 하면 자신이 노력한만큼의 성적을 유지할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학원은 매주마다, 자신과 같은 학업수준의 아이들 몇 명이 있는 곳에서 시험을 보게 된다.
누군가는 그 시험에서 만점일 것이고, 누군가는 몇 개쯤 틀리기도 할 것이다.
학원 선생님들은 부모님들이 거금을 들여 학생의 학습을 도와달라고 보내는 곳이니
때로는 채찍질을 해서라도 성적을 올리기위해 갖은 애를 쓸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물론, 모든 학원이 그렇다는 것이 아니다. 서울의 대치동같은 이 지역만의 특성을 말하는 것이다.)
이렇다보니 몇 번의 다그침과, 채찍질, 다른 아이들과의 비교에 낙담하고 무너지는 아이들이 발생하고 있다.
'학교도 시험이 있고, 성적이 안 좋으면 혼나는 건 똑같지 않은가?'라고 할 수도 있겠다.
지금의 학교에서는 지금의 어른들, 기성세대가 학교를 다니던 그때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유하다.
체벌은 당연히 금지이고, 언어적인 표현도 매우 주의를 기울이는 상황이다.
그러니 공개적으로 학생의 점수를 말하지도 않고, 그럴수도 없고, 그래해서도 안 될 것이다.
부모님들께 말씀드리고 싶다.
자녀의 보다 안정적인 미래를 위해 큰 금액을 투자하는 것인데,
투자대비 효과가 나오지 않으면, 자녀가 열심히, 빡세게 공부하지 않는 것 같으면 섭섭하고 화가 나기도 할 것이다.
부디, 학원은 아이가 필요로 할 때 보내시기를, 너무 어릴 때부터 영어, 수학, 국어 하지 않아도
건강하게 자라고, 학교 잘 가고, 끝나고 집에 잘 돌아오면, 친구들과 잘 놀고,
그렇다면 충분히 아이는 잘 자라고 있다는 걸 알아주셨으면 한다.
부모님들이 힘들게 일하셔서 번 돈을 쏟아부어 아이들을 학원에 보내는데,
가는 아이도, 보내는 부모도 만족스럽지 않다면 이 무슨 아이러니인가.
가끔 이렇게 이야기하는 부모님이 계신다.
"아이가 특출나게 잘 하는게 없어요. 그래서, 공부라도 좀 하면 괜찮을 것 같아서
학원을 보내는 거에요. 지금도 아주 높은 성적은 아니지만, 학원이라도 다니니까
이만큼이라도 하는 것 같아요."
정말일까요? 정말 학원이라도 다녀서 그만큼이라도 하는 걸까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특출나게 잘 하는게 별로 없어요. 그게 평범한 거니까.
그래서, 우리가 특출나게 잘 하는 사람들을 선망하고, 박수를 보내는 거 아닐까,,,
아이를 위해서 보내는 학원이 아이에게 위험이 될 수도 있다.
아이가 감당할 수 있는 범위내에서, 저녁밥도 차분히 먹을 수 있는 시간내에서,
주변의 부추김에 의해서가 아니라, 아이의 수준에 적절한 학원공부는 도움이 될 것이다.
아이가 학습욕구가 생겨서,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이 생겨서 그때 보내도 늦지 않을 것 것이다.
덧붙여서, 아이들도 제각기 성향과 기질이 다르기때문에 학원 선생님과의 관계도
주의깊에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아이와 잘 맞는 학원 선생님을 찾아주는 것도 필요하겠다.
때로는 아이가 너무 힘들어한다면, 잠깐 쉬었다가 다시 할 수도 있다.
초등학생 1학년부터 학원 5-6개씩 다니고 있다는 중학생에게 물었다.
"그렇게 저녁밥도 안 먹고, 편의점에서 대충 먹으면서 학원 다니는데,
너무 힘들지 않니? 좀 쉬었다가 다니면 어떨 것 같니?"
그러자, 그 아이가 그게 무슨 소리냐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 이 정도도 안 하고 어떻게 대학에 가요?"
어떻게들 생각하시나요,,,,
(혹여 학원 관계자분들, 오해가 없으시길 바랍니다.
어릴 때부터 지나친 학습속으로, 공부만이 최고의 가치인 것으로 여기는 부모들에게
아이의 보이지 않는 마음, 극한 스트레스를 돌아보아 달라는 말씀을
간곡히 부탁드리고자 쓰는 글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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