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엘라움 입니다.
지난 여름 유럽여행 첫 번째 관문인 인천공항 출발에서 있었던 일,
인천공항에서 헝가리 부다페스트 비행기에서 있었던 일을 써내려가 봅니다.
[광주-인천공항 공항버스로 이동]
우리는 광주에서 거주중인 관계로 인천공항으로 갈 때도 간단치가 않았어요.
인천 출발 - 부다페스트 도착 비행기의 출발시간은 아침 8시 5분이었습니다.
그렇기때문에 출발시간 3시간전인 새벽 5시까지는 인천공항에 도착해야 했습니다.
3가지 선택지를 놓고 고민했는데, 1번은 KTX로 광명역으로,
광명에서 체크인하고 셔틀로 인천공항으로 가는 방법
2번은 자차를 운전해서 인천공항 주차장에 장기주차하는 방법
3번은 공항버스로 인천공항까지 직행으로 가는 방법
각각의 방법마다 장단점이 있지만, 총 10박12일의 일정이라 짐이 많아서
최대한 환승이 없는 공항버스를 이용하기로 했습니다.
집에서 밤 12시에 나서서 택시로 유스퀘어터미널로 이동한 후,
새벽 1시에 출발하는 공항버스에 탑승할 때까지도 아직은 실감이 안 났습니다.
공항버스 후기에는 새벽시간대는 예상시간인 4시간보다 훨씬 빨리 도착하고
탑승감도 편안해서 다들 깊은 잠을 자고 갔다고 되어있더만,
우리가 탄 버스는 노후기종인 듯 했고, 거기다가
기사님의 와일드한 운전의 합작품으로 과장을 조금 더 보태면
소음은 헬리콥터 수준에, 탑승감은 마치 롤러코스터를 탔다해도
믿을 정도였습니다. 덕분에 공항에 도착할 때까지 한숨도 잘 수 없었고,
고속도로 노면의 현장감을 생생하게 느끼면서 공항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도 다행인점은 우리가 타야할 비행기가 있는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 출입문 바로 앞에서 하차한 점이었습니다.
[무사히 체크인, 인천-부다페스트항공권 발권, 수화물보내기]
우리가족중에 해외에 다녀온 경험이 있는 사람은 두 명,
남편(업무차)과 첫째 아이(교육청에서 해외봉사단 참여),
나와 둘째 아이는 비행기는 제주도 갈 때만 탔기때문에
좀 걱정도 되고, 설레기도 하고, 무사히 비행기를 타기만을 기도했습니다.
뉴스에서 코시국으로 인해 공항이용객이 감소하다는 소식을
자주 들었는데, 도착해보니 웬걸요,,, 체크인을 하는 시간이 다가오자
단체여행객으로 보이는 팀, 우리처럼 가족여행객, 홀로 등등,,
체크인하는 줄이 제주도 갈 때처럼 길게 늘어서던걸요.
다행히 별 문제없이 항공권을 발권하고보니 '아, 이제 진짜 비행기 타는거네.'하면서
서서히 실감이 나기 시작했습니다. 아직은요. 잠시후에, 비상상황 발생, 커밍쑨~
[비상! 둘째아이가 보안검색대를 통과하지 못 했다.]
그렇죠. 생애처음 가족이 함께 가는 유럽여행이 너무 순조로우면 재미없죠?
예상처럼 당황스러운 사건이 발생했답니다. 앞에서 적었듯이 나와 둘째아이는
해외에 가는 경험이 처음이라 모든것이 염려스러워서
비행기 탑승 관련해서도 수화물규정, 기내반입물품 등에 대해서 확인했습니다.
특히, 반입금지물품을 자세히 확인했는데,
기내로 액체반입시 용량이 100ml를 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는
내용을 확인하고, 이상이 없도록 조치를 다 해두었습니다.
그런데, 아뿔싸!!! 이런 내용을 전혀 모르고 둘째아이가
자신의 소중한 피부를 위해 평소 사용하던 스킨, 로션을
병째로 자신의 백팩에 넣고 보안검색대를 지나게 되었던 것이지요.
물론, 저를 비롯한 우리가족 모두 전혀 알지 못했고,
둘째는 더더욱 몰랐던 상황이었습니다.
화장품도 이미 여행용으로 나온 패키지를 다 구입한 상태였거든요.
아무튼,4명 모두 각자 다른 보안검색 대기줄에 서게 되었고,
한 명씩 한 명씩 통과하는 것을 보고, 백팩과 크로스백을 챙기고 있는데,
어디선가 웅성웅성하는 소리가 들리는 겁니다.
왠지모르게 느낌이 쎄하여 가까이 가보니 글쎄, 우리 둘째아이가
보안검색대를 통과하지 못 하고 백팩의 짐들을
다 꺼내고 있는 게 아니겠습니까? 아이의 표정은 곧 울 것 같았고,
보안검색 담당자들은 무전기를 들고 엄하게 이야기하고 있었구요.
놀라서 무슨 일인지 묻자, 딱딱한 표정과 몸짓의 제복을 입은 담당자가
표정보다 더 딱딱한 말투로 "기내반입 금지믈품 소지가 확인되어
조사중입니다."라고 말하는 겁니다. 저도 너무 놀랐지만,
나이만 고등학생이지 표정은 다섯살짜리 아이처럼 무서워서
곧 울것같아 보이는 둘째에게 "괜찮아"라고 말해주고,
놀란 아이를 다독였습니다. 다행히 오래 걸리지 않고
반입금지물품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바로 화장품.
그것도 구입한지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300ml 용량이
거의 가득 차 있는 스킨과 로션. 보안직원에게 그럼 어떻게 해야하는지 묻자,
1. 버린다 2. 화장품을 들고 밖으로 나가서 택배로 보낸 후, 다시 검색대로 들어온다.
3. 화장품을 들고 밖으로 나가서 기내반입이 가능한
100ml 용량의 공병에 옮겨담아서 다시 들어온다.
처음엔 버릴까 생각했지만, 그러기에는 남아있는 양이 너무 많아서
아까운 마음이 들어서 2번과 3번을 시도해 보기로 했습니다.
그래도 안 되면 버리기로 마음먹었습니다.
남편, 첫째, 둘째는 그대로 있으라고 하고 제가 얼른
나갔다 오기로 했습니다. 아무래도 제가 가장 빠를 것 같았거든요.
처음에 세상 딱딱한 표정의 검색대 직원이 예상밖으로
아주 세세하게 택배업체 위치와 다시 들어올 때 처음부터 하지 않고
중간에 들어오는 통로까지 데려다주고, 손에 스티커(들어올 때 처음의 과정 생략)까지
붙여주면서 시간 넉넉하니 차분하게 하라는 말까지 해주시는 거 있죠.
진짜 감동이었어요. 역시 사람은 한 번만 보고 판단하면 안 되는 거였어요.
평소에는 느릿느릿했던 내 발에게 모터발동을 명령하고 쌩쌩쌩 달려서
택배업체로 달렸습니다. 결과는 직원의 예상대로 아직 오픈전이었습니다.
순간, '어느쪽으로 가야하나?' 고민이 되었습니다. 너무나 넓은 공항에서
잘못하다가는 길을 잃을 것 같았거든요.
'이러다가 나홀로 공항에 남겨지는 거 아니야??'하면서도. 급하면 통한다고 하던가요?
갑자기 어떤 거대한 장력이 저를 이끌듯이 방향을 바꾸어 반대편으로 또다시 쌩쌩쌩 달렸습니다.
약국이 눈에 들어왔고, 그때 약국 사장님이 저를 보더니
"여기 있어요."하고 이쪽으로 오라는 손짓을 하시는게 아니겠어요? '뭐지?' 싶었지만,
일단 가봤습니다. 제가 아무말도 안했는데, 약국 사장님이 저에게
"몇 개 줄까요?"하고 물으시는 겁니다. 공병을 말하는 것 같아 화장품병이 300ml니까
스킨, 로션 각각 2병이면 충분할 것 같았습니다.
어차피 옮겨담가가 많이 흘릴 걸 알았거든요.
100ml짜리 공병을 각각 2병씩, 총 4병을 받고 결제하는 사이
어떤 손님도 저처럼 화장품을 들고 급하게 뛰어오시는게 보였어요.
그걸 보고 알았지요. 사장님이 제가 공병이 필요한지 어떻게 알았는지,,,
하루에도 저같은 사람이 수없이 많다는 뜻이겠지요, 공병도 구입했고,
얼른 화장품으로 달려가서 공병뚜껑을 열고 화장품을 옮겨담기 시작하는데,
예상한대로 절반은 흘리고, 절반은 담고,,아주 난리도 아니었습니다.
스킨은 그래도 제형이 액체라 어찌어찌 담았는데, 로션은 진짜 대환장파티!
바로 사진의 저 공병이 그때 그 공병이랍니다. 한 통은 다 쓰고 이제 두 번째 통을
사용하는 중이랍니다. 그래도 어찌어찌 담고, 흘린 거 닦고, 가방에 넣고, 다시 달리기 시작!!!
완전 길치로 유명한 제가 그때는 어디서 그런 능력이 발휘된 것인지,
들어가야 할 입구를 정확히 찾는 놀라움!!!
얼마나 달렸는지 보안검색대를 지나서 저멀리 가족들이 보이니
그제서야 다리가 후들후들 힘이 풀리면서 의자에 털석! 주저안고 말았습니다.
둘째가 자기때문에 무슨 문제가 생길까봐 걱정을 많이 했더라구요.
에구구,, 고등학생이라고 조금만 뭐라고 해도 난리더니 이럴때 보니 아기구만요, 아기.
우여곡절끝에 공항 식당에서 남편과 아이들은 당분간 한식 못 먹으니까
육개장 먹어야 한다며, ㅎㅎㅎ 저는 따뜻한 커피 한 잔으로 여유를 회복했답니다.
[생애처음 유럽여행에 설레는 아들들]
육개장에 밥까지 말아서 든든하게 먹더니 마음도 든든해졌나 봅니다.
아이들도, 저도, 남편도 모두 잠을 못 자고
거의 꼴딱새다시피하고 맞이한 아침이어서 조금 피곤했지만,
비행기를 보니까 걱정보다는 설렘이 서서히 일어나기 시작했습니다.
[드디어 비행기 탑승, 총 13시간 비행 시작. 비행기에서는 별 일 없겠지?]
드디어 우여곡절끝에 인천 출발 - 헝가리 부다페스트로 향하는 비행기에 탑승했습니다.
코시국으로 해외여행이 주춤했다가 점차 완화되기 시작해서
여행객들이 증가했다고 하더니 정말로 우리가 탑승했던 비행기도
빈 자리를 찾아보기가 어려울 정도였습니다.
우리가 탄 비행기는 인천 부다페스트 직항노선 폴란드항공 이었습니다.
폴란드항공의 서비스나 비행기가 별로라는 평들이 있었지만,
그래도 경유는 여러가지가 염려되어 직항노선을 찾아보니 이용하게 되었습니다.
처음으로 먹는 기내식을 너무 기대했나봅니다.
이름도 모르는 샐러드는 소스가 너무 짰지만 빵은 나름 맛있었고,
이름모르는 다른 메뉴중에서 입에 맞는 것들을 먹었습니다.
[역시 중국은 거대했다. 중국이 세계에 큰 소리칠 만하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비행시간이 더 길어졌다고 합니다.
평소 11시간정도라고 하는데, 우리는 장장 13시간동안의 긴 비행을 해야합니다.
한참을 가고, 가고, 또 가도, 아직도 중국이더군요. 나중에 가족들하고
비행기타고 온 이야기하는데, 다들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
"중국이 큰 소리칠 만 하다. 땅이 이렇게 넓은데,, 어떻게 가도가도 계속 중국이야."
정말 중국은 엄청나게 넓더군요. 비행노선의 절반정도의 시간동안 중국 하늘을 날아갔으니까요.
[13시간 비행, 이코노미, 내 허리야. 다리야, 쉽지 않네]
처음으로 하는 13시간 동안의 비행기 타기. 힘들거라고 예상은 했지만,
생각보다 훠얼씨이인~ 더더더 힘들었습니다. 이렇게 좁은 좌석에서
쭈구리자세로 어떻게 견딜지 벌써부터 걱정이 됩니다.
우리는 가족들이 함께여서 같은 줄에 앉았기 때문에
화장실가거나 음료수 가지러 갈 때 불편함이 별로 없었지만,
그래도 힘들긴 하더군요. 허리와 다리가 아파서 중간중간에
일어나서 서있거나 조금씩이라도 움직여보려고 애썼습니다.
다른 승객들도 우리처럼 일어서서 있는 분들이 종종 있었습니다.
[낯설었던 남성 승무원]
비행기 승무원하면 보통 여성승무원이 많이 떠오를텐데
이 날 비행기에서 남성승무원을 보게 되었습니다. 뭔가 낯설었지만,
승무원이라는 직업에 대한 편견이 나에게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중간에 음료수를 요청했었는데, 친절하게 어떤 음료를 줄 건지 물어보고
컵에 따라주더라구요. 처음에는 한국인 승무원이 보이지 않아서 당황했는데,
모든 승무원들이 영어를 잘 하고, 친절하게 응대해주셔서 소통에 어려움이 없었습니다.
[이번에는 첫째가,,
비행기안에서 안경이 사라졌다.]
한참 가고 있는데, 통로쪽에 앉아있던 첫째아이가 무언가를 찾는듯한 행동을 했습니다.
무슨 일이냐고 물으니 세상에, 안경이 안 보이다는 겁니다.
출발전에는 둘째가 한 건 하더니, 이번에는 첫째가 또 한 건 해주네요.
도대체 어떻게 안경이 없어질 수 있냐고 물었더니,
안경을 벗어서 잠깐 모포위에 올려놓았는데 다시 보니 없다는 겁니다.
정말 환장하겠더라구요. 화장품이야 정 곤란하면 버리고 현지에서 구입하면 되는데,
안경을 현지에서 맞춰야 할 수도 있다 생각하니 앞이 캄캄하더군요.
가족 4명이서 의자 아래도 보고, 이리보고 저리보고 하고 있는데,
우리가 너무 부산스러웠는지 승무원이 다가와서 무슨 일인지 믈었습니다.
첫째가 안경이 없어졌다고 하자 승무원도 이해가 안 되는지 몇 번이나
"안경이라고? 진짜 너가 쓰고 있었던 안경을 말하는 거야?"라고 물었습니다.
그렇겠지요. 이해가 안 되겠죠. 늘 착용하고 있는 안경이 없어졌다니
누구라도 안 그러겠어요. 아무리 찾아도 안 보여서 나중에는 랜턴을 가져와서
엎드려서 앞뒤의 의자아래를 샅샅이 훑어보았지만 안경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이쯤되니 비행기안의 다른 승객들도 무슨 일인가 하고 궁금해하고,
이유를 알게 되자 서로서로 다들 의자아래를 찾아봐 주셨습니다. 그
래서, 어떻게 되었냐구요?? 다행히 찾았습니다.
지금도 어떻게 그렇게 멀리까지 갔는지 이해가 안 되는데,
첫째 아이 자리 앞으로 네번째 , 그리고 건너편 좌석의 의자 아래에서 안경을 찾았답니다.
지금 생각해도 어떻게 된건지 진짜 모르겠어요. 중요한 것은 찾았다는거죠.
그리고, 그 과정에서 애써주신 승무원분들, 함께 찾아봐주신 승객분들께 감사를 전합니다.
[두 번째 기내식]
한참을 날아가서 도착까지 두 시간정도 남았을 때 두 번째 기내식이 나왔습니다.
배가 고파서인지, 아니면 정말로 이번 기내식이 더 맛있었던 것인지
요건 처음보다는 더 맛있게 먹었습니다. 빵은 여전히 맛있고, 야채와 과일들이 많이 나와서 좋았습니다.
[드디어 비행지도에 부다페스트가 보인다.]
드디어 비행지도에 부다페스트가 나타났습니다.
지금까지 날아온 시간보다 앞으로 날아갈 시간이 더 적다 싶으니
오히려 마음이 더 조급해 졌습니다. '얼른 이 비행기에서 내리고 싶다'라는 마음이 간절했습니다.
그도 그럴듯이 집에서부터 인천공항, 인천에서 부다페스트까지,
거의 이틀을 못 자고 꼬박 새다시피 하고 있는 중이었거든요.
이제 슬슬 걱정이 되기 시작합니다. '부다페스트에 내리자마자 집에 가고 싶어지면 어떡하지?'
그만큼 힘들었습니다.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짐도 풀지 못하고 쓰러져서
잠이 들 것만 같았어요. 문제는 우리가 부다페스트에 도착하는 시간은 낮 13시 30분. 하하하,,,, 어쩌죠,
이 여행, 잠들지 않고 잘 할 수 있을까요? 부다페스트의 여행은 다음편으로 계속 이어집니다.
그럼,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에 또 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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