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엘라움 입니다~
지난해 말에 입대했던 아들이 훈련소에 있을 때 일명 눈물박스라고 하는
택배가 도착한 이야기를 기록해봅니다.
아들이 훈련소에 입대할 때는 평상복을 입고 가는데, 일주일정도의 격리기간이 끝나고
훈련이 시작되면 그때부터는 군복을 입게 된다고 합니다.
그때 집에서 입고왔던 옷을 집으로 다시 돌려보내는데,
그 택배박스를 아들이 군대에 간 가족들사이에서는 "눈물박스"라고 부른답니다.
왜 눈물박스일까요?? 저도 기억을 더듬어보니 친정오빠가 군대에 갔을 때도
눈물박스가 집으로 왔는데, 엄마가 그거를 뜯어보고는 엄청 우시는거에요.
그때 저는 고등학생이었는데, 엄마가 왜 그렇게 우시는건지 잘 몰랐어요.
그런데, 제가 아들을 군대에 보내고 나니 그 이유를 너무 잘 알겠는거 있죠.
택배박스에 쓰여진 "00사단 00훈련소 0생활관 00번훈련병 이00"이라는
이름이 너무나도 낯설고, 아들이 있는 군대, 훈련소라는 공간이 주는
분위기가 그대로 와닿는 느낌입니다.
첫째가 훈련소에 가고 나서 2주일이 되는 토요일에 처음으로 전화가 왔는데,
저도 모르게 "아이구, 내 아들, 얼마나 힘드니?"하고는 눈물이 제어가 안 되게 나오더라구요.
아들이 전화가 왔을 때 남편하고 교외로 드라이브나갔는데, 제가 우는걸 보고
운전하던 남편도 눈물을 훔치더라구요.
남들눈에는 스무살이 넘었으니 '다 컸다'고 하겠지만, 제 눈에는 여전히 '아기'거든요.
대학을 서울로 가서 떨어져 있는 건 익숙한데, 지금까지 연락이 안 닿은 적은 없었기에
전혀 연락이 안 되는 그 2주일동안 애가 타더라구요.
이런 제가 '극성이다' 싶기도 할 수 있지만, 군대보낸 어머니들 마음은 다 저와 비슷할 것 같습니다.
첫째가 훈련소갈 때 입었던 겉옷, 속옷, 양말, 패딩, 모자, 운동화까지 말 그대로 머리부터 발끝까지
그대로 다 벗어서 박스에 넣어져 왔더군요. 근데, 박스를 열었는데 왠 과자가 들어있는게 아니겠어요?
'왠 과자일까?'했더니 연말이라 위문물품이나 보급품이 많이 왔다고 하면서
다들 조금씩 나누어서 집으로 보내자고 했답니다. 기특하네요. ㅎㅎ
박스를 열어 옷과 양말 등을 꺼내는데 정말 눈물이 나더군요.
그렇게 눈물이 마구 쏟아지려는 찰나, 첫째가 쓴 편지를 발견했습니다.
훈련소에서의 일상과 지금껏 누리덧 자유와 핸드폰이라는 디지털세상을 차단당한 채,
명령과 지시, 규칙과 강제만 있는 생활,,,그리고, 그 와중에도 웃을 일들을 찾아가는 아들들,,,
편지를 읽다가 재미있는 부분이 있어서 발췌해봅니다.
격리기간중에 "행복은 상대적이라는 것을 알았다.
이제는 "쉬어, 밥먹어, 자라" 이 세 단어에 매우 행복해하고 있다.
또, 웃음의 역치가 매우 낮아졌는데, 우리 생활관에 TV가 고장나서
하루종일 정자세로 앉아있을 때가 많은데,
유치한 이야기들을 친구들을 보며 처음에는 '뭐 저런 유치한 이야기가 재미있나?"했는데
어느새 그렇게 유치한 이야기를 적극적으로 들으며 웃고 있다.
그 수준이 유치원생과 비슷한 수준으로 떨어진 듯 하다."
이 구절은 둘째 아이의 대독으로 남편과 함께 들으며 나왔던 눈물이
쏘옥 들어갑니다. ㅎㅎ
처음 일주일정도 격리기간에는 훈련을 하지 않아 시간이 되면 공부하려고 들고 갔던
독일어 단어를 하루에 100단어씩 외우고 있다하니 그것도 대견합니다.
"아들아, 전역하는 날까지 건강하게 지내고 비록 몸은 구속된 상태로 있지만
그 시간들속에서 성장하고 성숙하여 더욱 단단한 내면을 가진 사람이 되기를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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