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엘라움입니다~
첫째가 군대에 가고 나서 어느덧 5주간의 시간이 흘러
훈련소 수료식날이 되었습니다.
우리는 지방이라 혹시 차가 밀려서 늦을까하는 염려에
전날 서울에서 하루 숙박하고 부랴부랴 서둘러서 훈련소로 출발했습니다.
* 훈련소 일정 관련 내용은 포스팅 맨 아래에 있습니다.
보통 훈련소 수료식은 연병장에서 실시하는데 지금은 겨울이라 날씨가 추운 관계로
실내 강당에서 수료식 행사가 진행되고, 가족들은 영상으로 행사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5주전에 훈련소에 아들을 두고 가면서 여기저기서 눈물훔치던 가족들이
다시 모였습니다. 영상이 시작되고 모두들 아들을 찾기에 여념이 없습니다.
우리 첫째는 키가 작은 편이라 앞쪽에서 키가 작은 아들이 꼭 우리 아들같아서
열심히 영상도 찍고, 사진도 찍었는데 나중에 물어보니 뒷쪽에 있었다고 하네요. ㅎㅎ
남의 아들만 신나게, 열심히 찍었던 거였습니다. 그래도 즐겁기만 하더군요.
5주전에 어리바리하던 아들들이 5주만에 칼각이 잔뜩 잡혔습니다.
통화할 때 아들이 하는 말이
"엄마, 훈련하는 것보다 수료식 행사 연습하는게 더 힘들어."하더니
정말 앞, 뒤, 좌, 우, 대각선으로 줄이 촥촥 자로 잰듯이 맞고,
정말 '칼각'이라는 말의 실사판을 보았습니다.
40분정도의 수료식 행사가 끝나고 아들을 만나러 강당앞으로 고고~
교관들이 한꺼번에 다 나오면 복잡해서 힘드니 아들들이 나오는 길을 열어주라고
안내를 해주는데도, 다들 빨리 아들을 만나고싶은 간절한 마음에
자꾸만 앞으로, 앞으로 모이는 바람에 홍해를 가로지르는 모세처럼,
좁은 통로가 만들어지고 한 명씩, 한 명씩 아들들이 나올 때마다
"00아!" 부르며 얼싸안고 눈물 한바탕, 웃음 한바탕 입니다.
모든 아들들이 머리부터 발끝까지 똑같은 매무새라 아들찾기가 엄청 어렵습니다.
우리도 고개를 쭈욱 빼고 아들을 찾는데 모두가 다 내아들 같아 보였습니다.
사실 이제는 길거리에서 군복입은 군인들만 보아도 짠한 마음이 절로 든답니다.
결국, 아들을 못 찾아서 아들이 저에게 전화를 해서 겨우겨우 만날 수 있었습니다.
5주만에 만난 아들은 "엄마"하고 부르자마자 칼각잡힌 군인아저씨는 어디로 가고
아직 어리게만 보이는 아들로 변신하더군요.
아들은 고등학교 졸업후에 서울로 대학을 가서 생활하느라
방학때나 겨우 얼굴을 볼 수 있었기에
5주의 시간이 물리적으로는 그리 긴 시간이 아니었습니다.
그렇지만, 학교를 다닐 때는 일주일에 몇 번 정도는 연락을 주고 받았기에
지금처럼 연락이 자유롭지 않은 적이 없었습니다.
그리고, '군대'라는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활동들을 남편의 말로만
대략 짐작만 할 뿐, 아이가 경험하고 느끼는 시간은 또 어떨지 가늠이 어려웠기에
5주라는 시간이 무척 길게 느껴졌던 것 같습니다.
아들을 품에 안아보고 얼른 차로 가서 미리 예약한 펜션으로 이동했습니다.
아이가 평소에 좋아하는 하리보젤리를 주머니에 담아가서,
차안에서 꺼내주니 "와, 하리보~"하면서 웃음이 활짝 입니다~
덩달아 저도 웃음이 가득입니다.
훈련소 부근에 위치한 펜션으로 이동해서 좋아하는 음식들 마음껏 먹이고,
뒹구르르하면서 쉬고, 훈련소 이야기들이며, 자대배치받은 이야기들로
한참을 이야기꽃을 피웠습니다.
다시 아들을 두고 가야한다는 생각에 자꾸만 시계를 확인하게 되는 마음이
안타깝기 그지 없습니다. 다시 훈련소로 들어가야하는 아들 역시
시계를 확인하고 한숨을 쉬기는 매한가지입니다.
사진을 찍으려 세워두고 보니 늠름하고 씩씩하니
멋진 군인아저씨 같습니다.
아들은 자대배치를 최전방인 GOP로 받았습니다.
전화통화로 GOP로 가게 되었다는 말을 듣고는 당황해서 말이 안 나오더군요.
힘들기로 유명한 GOP에서 남은 기간을 복무하게 된 아들이
안쓰러웠습니다.
정작 아들은 "어차피 처음에 군대올 때
편한 곳이 아닐바에야 차라리 빡센데로 가야겠다"라는
마음을 먹었다고 합니다.
왜 그런 마음을 가졌냐고 묻자 "어차피 군대생활할 거,
빡세게! 제대로! 해보고 싶었거든요."라고 답합니다.
그러니, 에효,,, 누구를 탓하겠습니까.
사실 말은 그리 하지만, 아들도 걱정되고 심란한 것 같습니다.
한 번도 경험한 적 없는 공간, 시간, 사람들이니까요.
아들은 GOP에서 철책을 따라서 경계근무도 하고,
소초에서 지키는? 일들을 한다고 합니다.
다행히 선임들과 간부, 동기들, 특히 맞선임이 좋고,
식사도 맛있고, 부식도 충분하게 제공해주어서 좋다고 합니다.
어디서나 긍정모드를 가동하는 아들이 대견합니다.
아들이 GOP에 있으니 그동안은 별로 관심없던
'북한의 정세, 미사일발사, 삐라살포' 등의 뉴스에 촉각이 곤두서게 됩니다.
더불어 새롭게 깨닫게 된 것이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여전히 분단국가이고 서로가 서로에게
총구를 겨누고 있는 나라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위험천만한 곳에 우리의 아들들이 있다는 것입니다.
'누구나 다 가는 군대'인 것은 맞습니다만,
그렇다고해서 결코 만만하고 쉬운 것은 아닙니다.
저역시 아들이 입대하기 전에는 무관심했던 사람입니다.
저는 오늘도 빈말이 아닌 진심을 담아 아들에게 카톡을 보냅니다.
'아들아, 너와 너의 선임들, 동료들덕분에 우리모두가 편안히 발을 뻗고,
깊은 잠에 든다. 정말 고맙고 기특하고, 대견하구나.
전역하는 그 날까지 네가 마음에 새길것은 오로지 하나!
맡은 바 임무를 잘 수행하고 복무하고,
건강하게, 씩씩하게, 안전하게 집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이 땅의 군대에서 복무하고 있는 모든 군인들과,
귀하고 소중하게 잘 키운 아들을 기꺼이 군대에 보낸 가족들,
그들 모두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그리고, 아들들의 든든한 베이스캠프가 되어주어야겠다 다짐합니다.
[수료식 일정(훈련소마다 조금씩 다를 수 있음]
- 훈련소 들어갈 수 있는 시간: 오전 10시전후
- 수료식 행사: 40분~1시간정도 소요
- 가족들 만남 수료식 이후부터 오후 4시~5시정도
** 직계가족이 있는 경우만 훈련소 외부로 나갈 수 있음
(직계가족이 못 온 경우는 훈련소 내에 있는 면회소에서 만날 수 있음)
- 숙소예약시기: 훈련소 입소하기 전에 주변의 펜션들을 알아두었다가
훈련소 입소하는 날 예약하면 좋음(인기있는 곳 바로 솔드아웃됨)
- 위수지역내에서만 이동 가능함(지역마다 다르니 확인 필요)
- 면회후 훈련소로 들어갈 때 외부음식 반입금지
- 주의: 수료식날 외부에서 음식조절을 잘 못해서 배탈나는 경우가 있으니 주의
- 자대배치 & 이동: 보통 수료식 다음날 자대배치받은 부대에서 데리러 와서 이동
(가끔 훈련소에서 코로나확지나온 경우, 격리후 이동할 수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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