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엘라움 입니다~
지난 12월 아주 추운 날 훈련소에서 멍-한 표정으로 입대를 한 첫째가
시간이 흘러, 기다리고 기다리던 첫 휴가를 나왔습니다.
보통 백일휴가라고 부르는데, 휴가일수가 3박4일정도로 그리 길지 않은 휴가입니다.
아들은 자대배치를 GOP로 받아서 열심히, 빡세게 근무하고 있습니다.
GOP근무의 장점이 바로 휴가가 다른 부대의 군인들보다 더 많은 휴가를 받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를 자세히 보면 민간인 출입이 통제된 외진 곳의 GOP특성상,
외출, 외박, 면회가 일체 불가하기때문에 그만큼을 휴가로 채워주는 거라고 하더군요.
어찌됐든 우리가족은 하루라도 더 아이를 볼 수 있어서 기쁘고, 들떠서 아들의 휴가를 기다렸습니다.
아들이 휴가오기 전부터 좋아하는 음식들 리스트를 받아서 마트에서 장을 보았습니다.
아들이 좋아하는 냉동애플망고, 베이글, 크림치즈, 오렌지, 포도, 그리고, 맥주까지~
휴가나온 첫 날은 서울에서 친구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밤늦게 기차로 도착하는 아들을 온 가족이 마중을 나갔습니다.
사실 며칠전부터 감기기운이 있었는데, 하필 아들 휴가나오는 날은 더 많이 아파서
거의 하루종일 침대에 누워 있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몇 달만에 만나는 아들을 마중하기 위해 아픈 몸을 이끌고 역으로 향했습니다.
신기하게도 그렇게 아프던 몸이 대합실에서 아들을 발견한 순간,
나도 모르게 다리에 힘이 들어가면서 달려가서 아들을 안아주고 있는 거 있죠?
그리고는 어디서 힘이 나는지 아프지도 않고 아들을 살피고, 이것저것 물어보고~
집에 돌아와서 남편이 하는 말 "자네, 집에서 나갈 때는 환자같더니 지금은 쌩쌩해졌네.
아들이 좋긴 좋은가보네." 하면서 웃었습니다. 그러고보니 저도 신기할 정도였답니다.
다음날 아침식사입니다.
무성의하다 싶을 수도 있겠으나, 아들이 좋아하는 베이글을 굽고, 오렌지를 자르고,
크림치즈를 꺼내고, 우유를 싫어하는 관계로 두유까지, 한 상차림 해보았습니다.
따뜻하게 구워진 베이클에 크림치즈를 바르면서 콧노래를 부르더군요.
얼마나 귀엽던지요. 평생의 콩깍지입니다.
저녁식사는 동네에 있는 레스토랑 외식입니다.
감사하게도 휴가일중에 저의 생일이 있어서 가족들이 함께 식사할 수 있었습니다.
외식 메뉴 역시 아들이 좋아하는 메뉴로 정했습니다.
치즈가 쭈~우욱 늘어나는 따끈한 피자가 드시고 싶다는 아드님의 주문에
구경만 했던 집근처 레스토랑으로 함께 걸어갑니다.
그렇게나 먹고 싶다던 치즈가 쭈욱 늘어나느 피자 두 판,
로제파스타, 페스츄리스프를 주문했습니다.
바질과 루꼴라의 초록빛이 더욱 먹음직스럽게 보입니다.
기쁘고 좋은 날, 행복한 순간에는?? 스파클링 와인~
너무 세지 않고 달달하고 상콤한 맛이 괜찮았습니다.
아들이 마시면서 "맛있다"하는 말이 그렇게 듣기가 좋을 수 없습니다.
1월말에 훈련소 수료식때 만난 이후로 3개월만에 만난 우리 아들,
더할수 없이 반갑고, 기쁘고, 행복하고, 소중한 순간들은 바람처럼 흐르고,
그새 부대로 복귀해야 하는 날이 되었습니다.
전날부터 착찹해하더니 가는 날은 점점 말이 없어집니다.
아이를 배웅해주기 위해 직장에서 일찍 나와 아이를 차에 태우고,
기차역으로 향합니다.
아파트 주차장을 막 나왔는데, 아이가 "어? 근데 나 군번줄 어디있지?"
허걱! 이건 군대안 갔다 온 엄마도 급한 상황이라는 거 바로 알 수 있었습니다.
그말에 남편이 바로 차를 유턴해서 집으로 가서 책상위에 고이 내려놓은 군번줄을 찾아
다시 목에 매고 뛰어오는 아들을 보고 있자니, 주책없이 흐르려던 눈물이 눈꺼풀끝에 매달려
쏘옥 들어갑니다. '웃프다'는 말을 시전한 날이었습니다.
아들이 군대간 시간들을 통해서 새삼 깨닫게 된 것이 있습니다.
그동안 우리도 누군가 다른 이들의 귀한 아들들의 군복무로 안온한 일상을 지냈다는 것,
그리고,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곳에서 묵묵히 일해주는 많은 분들 덕분에
우리가 이렇게 편안하게 지내고 있었다는 것을요.
기차를 타는 아들에게 나즈막히 말했습니다.
"아들아, 그동안 우리도 다른 엄마의 아들들이 흘린 눈물과 땀방울로 평안했으니
이제는 네가 우리집을 대표해서 수고해주렴." 하구요.
"에효~"하면서도 가만가만 고개를 끄덕이던 아들이 고맙고 안쓰럽습니다.
아들아, 할수만 있다면 엄마가 대신하고 싶지만, 그럴 수 없는 일이기에 더욱 안타깝다.
하지만, 지금의 힘겨운 시간들이 결코 헛된 경험은 아닐것을 믿기에
오늘도 잘 견뎌주기를 바라며, 엄마는 너의 다음 휴가를 기다린다.
건강하게 잘 지내고 오렴. 그리고, 이땅의 많은 군복무를 마쳐준 아들들과,
지금 군복무를 하고 있는 어린 군인들과,
그 어린 군인 아들들의 어머니, 아버지들 모두 존경하고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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