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부다페스트에서 비엔나로 오기 위해 예약했던 열차가 사라지는 바람에 한바탕 멘붕을 겪었다.,
밤 9시가 다 되어가는 시간에 도착한 비엔나에서 저녁식사를 할 요량으로 사온 빵은
딱딱하기 그지없었고, 물인줄 알고 사온 페트병안에는 탄산수가 들어있어
우리는 편치않은 밤을 지내게 되었다.
하지만, 아침에 일어나서 마주한 비엔나의 아침풍경은 정말 상쾌하기 그지없었다.
숙소 바로 건너편이 비엔나 중앙역인데도 밤사이 기차 경적소리 한 번 들리지 않았다.
전날 밤에는 숙소가 한참 먼 것 같았는데, 아침에 보니 바로 건너편이었다.
사람의 기분과 마음은 객관적인 사실과는 관계없이 실로 주관적인 것이라는 것을
실감한 아침이었다.
아침에 일어나서 조식을 든든하게 먹고 산책겸 해서 도보로 15분정도 거리에 있는
벨베데레궁전을 다녀오기 위해 호텔을 나섰다.
이 때가 7월 마지막 주였는데, 한참 더울 한여름이었는데도
햇빛이 강해서 선글라스를 써야했지만, 그늘에서는 되려 선선해서 걷기에 딱 좋은 날씨였다.
비엔나는 유럽 왕가 역사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합스부르크의 도시라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제일 크고 화려하기로 유명한 쉰부룬궁전과 함께 벨베데레궁전 역시 많은 여행객들이
찾는 곳이다. 벨베데레궁전은 "키스"라는 작품으로 유명한 구스타프 클림트의 그림이 있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벨베데레궁전을 들어서자 눈앞에 초록색 지붕이 있는 말 그대로의 공주님이 살 것 같은, 궁전 그 자체인 크고 예쁜 건물을 마주하게 되었다. 어릴 때 동화책에서 보던 궁전의 모습 실사판이라니,,,
입장시간이 다가오자 투어를 신청한 여행객과 가이드들이 하나둘 모여들기 시작한다.
우리도 벨베데레 투어를 할까 했지만, 그랬다가는 일정이 너무 빠뜻할 것 같아서 접었다.
오후에는 역사덕후인 남편과 아들램들의 강력한 요청에 의해서 쉰부룬궁전을 투어하기로 예약을 했다.
유럽을 여행하는 내내 쉽게 눈에 띄는 다양한 조각작품들.
그 어느 조각품 하나 아름답지 않은 것이 없었다.
비엔나는 특히 궁전이 많은 도시로 유명한데, 가끔 여행 후기에
겨울에 갔더니 궁전에 꽃 한송이, 풀 한 포기도 없더라는 말이 있었다.
쉰부룬궁전 투어할 때 가이드님이 알려주셨는데, 비엔나의 모든 궁전들은 정원관리에 진심이라고 한다.
궁전의 정원들은 정확하게 대칭을 이루고 있으며, 해마다 꽃을 새로 심고, 조경도 새로 한다고 한다.
그러니, 겨울에 오면 꽃 한 송이 구경하기 힘든 것이라고.
비엔나 궁전 구경, 정원 구경을 계획하고 있는 분들은 겨울 시기를 피하시라고 말씀드린다.
유럽여행하면서 이런 순간을 가장 꿈꾸었다.
바로 현지인처럼 공원 벤치에 앉아서 별로 중요하지 않은 이야기를 하며,
깔깔 대며 웃는 장면을 말이다.
드디어 나의 드림이 이루어지는 순간.
비록 여행사를 통해 항공과 숙소, 도시간 이동은 도움을 받았으나
그 이외의 모든 일정과 행선지는 우리가족이 함께 의논하고 결정했다.
꼭 필요하다고 여겨지는 곳들에서만 투어상품을 이용했다.
그랬기때문에 이렇게 여유있는 한 때가 가능했던 것이다.
조금 더 머무르고 싶은 곳에서는 더 머무르고,
걷고 싶은 구간에서는 천천히 걷고, 이것이야말로 자유여행의 묘미라고 할 수 있다.
집을 떠나 지구의 반대편 오스트리아, 비엔나에서 여유있는 아침 산책을 즐기다니!
여전히 꿈만 같고, 현실로 돌아온 지금은 이 사진도 현실감이 제로이다.
하지만! 분명 우리는 비엔나에 있었다. 네 명의 가족들이 함께.
바로 이 사진이 증명해준다. 꿈이 아니었다고. 정말로 비엔나에 있었다고.
부다페스트 기차 캔슬사건은 아래 링크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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